직장인들이 참 많이 읽는 위키드와인레터, 오늘은 '꿈의 직장인' 추억을 소환해보려 합니다. 27세 때 저는 꿈의 직장에 다녔어요. 아침 10시 테이스팅 세미나에 참석해 샴페인으로 혀를 축이며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던 회사에 다녔으니까요 😚떡볶이, 보쌈, 족발, 까망베르백김치, 뵈프부르기뇽, 김밥, 구절판... 셀 수도 없는 음식과 셀 수도 없는 컨벤셔널와인의 특정한 맛을 페어링했습니다. 구구단처럼요. 자장면 페어링도 해봤습니다. 마감을 앞두고 선배기자와 함께 주말오후 회사 앞 중국집에 갔을 때였죠. 선배는 가방에서 까바(Cava, 스페인 까딸루냐 지역의 스파클링 와인)를 꺼내 맥주컵에 따라주었습니다(생각해보니 선배님 👍) 기포는 샘물처럼 솟았습니다. 또는 폭죽처럼요. 같이 먹고 마셔보았습니다. 미끌거리는 면에 묻은 춘장코팅을 시원하게 씻어주고 혀에 감칠맛만 남겼던 페어링이었어요. 그날의 어울림이 아직도 그때의 맛을 소환합니다 💞세상에 '정해진 음식'을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건 아마 와인이 아닐까요?
TIP. 페어링의 나쁜 예시 1. "자장면엔 스파클링이지" 단순문장으로 단정짓는 것 2. "자장면이랑 와인 먹으면 맛있어" 불특정 '와인으로 뭉뚱그리는 것 페어링은 음식과 와인이 만나 '왜(why)' 어울리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해요.. 떡볶이의 매운맛을 자극시켜서 더 먹게 만드는 얼얼한 스파클링, 느끼한 탕수육 소스를 신선하게 씻어주는 레드와인 등 논리가 뒷받쳐줘야 하죠. 페어링을 성사시키려면 와인의 품종과 맛의 영역을 이해한 뒤 실제로 짝을 맞춰 먹어보는 실전연습까지 도달해야 합니다. 그러니 생각보다 페어링은 '아주 쉽지만'은 않아요 👿
#하지만 순대랑 프랑스 론지역 남부의 레드와인과 페어링하면 맛있겠다, 상상할 수는 있겠죠. 순대가 가진 후추향과 육향, 약간의 피맛에는 비슷한 계열의 향과 맛을 가진 프랑스 남부 레드가 어울리겠는걸? -> 이건 지식. 근데 두 개를 같이 먹고 마시면 맛있겠네 -> 이건 상상력. 실제로 해봤는데 정말 맛있다? 그럼 이건 정말 즐거운 페어링 놀이가 되는 거예요!
위키드에서 왜 치킨와인을 보내드릴 수 있는지, 왜 맵부신와인을 7월구독박스 주제로 선정했는지 그 WHY를 탐구하고 실험하는 여정은 위키드정기구독박스 안에 꼭꼭 눌러담았습니다. 언젠가 구독자여러분이 스스로 순대레드를, 짜파게티리슬링을 찾아서 쇼핑하는 그날까지, 위키드와 오래오래 함께해주세요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