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동으로 확장이전한 페어링바 위키드와이프(WKD)의 뉴스레터, 오픈 후 세번째 레터를 발송합니다. 오늘은 서문이 조금 길어서 죄송해요 😥 하지만 꼭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어서요.

연예인 집 많이 지은 곽희수 건축가에게 '무엇이 좋은 건축이냐'고 물었을 때, 선생님은 '수많은 건축물을 지어봤는데 결국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게 좋은 공간이다'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엄청난 배움을 얻게 된 질답이었어요. 수년간 저는, 그게 부족하든 조악하든 아직 불편하든 그 어떤 이유에서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그럴만한 가치와 이유가 있다는 것을 결국 알게됩니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 거기에 계급이나 이유가 있을까요? 맛있는 와인은 내추럴도 컨벤셔널도 신흥생산자여도 맛있습니다. 안경을 쓰고 바라보는 것과, 잘 보이지 않아도 도달하는 데는 많은 단계들이 존재하는 것 같아요.

위키드와이프는 워낙 마이너한 컨텐츠를 조금 더 수면위로 끌어올리고자 영차영차 애쓰는 브랜드라 영원히 핫플되기는 글렀지만 🤣 언젠가 저희도 핫플이 될 수 있도록, 설명하지 않아도 페어링이 왜 모두를 천국에 도달하게 하는지 알릴 수 있도록, 또한 글로벌 시장에 한식페어링을 알릴 수 있도록(!) 고수선배님들이 가득한 성수동에서 열심히 해나가보려고 합니다. 많이 많이 예약해주시고 사랑해주세요. 부족한 부분은 따끔하게 알려주시면 채워나가겠습니다 💙 #어떻게하면핫플되는거예요 

누군가 나에게 완벽한 포도를 묻는다면 뭐라고 대답할까, 질문을 들어본 적도 없는데 오래 고민해왔습니다. 저의 대답은 한결같이 슈냉블랑입니다. 각각의 개성을 가져 더욱 돋보이는 샤르도네, 리슬링, 소비뇽블랑과 조금 다른 영역에 천공의섬처럼 떠있는 포도가 슈냉블랑이라고 생각해요. 흰 누룩, 곰팡이, 벌집, 포도, 꿀. 재밌는 향들이 어렵지만 분명하게 드러나서 마실 때마다 그 깊이를 들여다보게 되는 포도이구요.

슈냉블랑은 루아르에서 생산되었을 때 무척 기품있습니다. 넥이 깊게 파인 쓰리버튼 화이트 원피스처럼 아름답고 완벽해요. 맛있는 과일향과 그로 인한 산도, 그로 인한 당도로 인해 세가지 요소가 완벽히 만나 삼각형이 되어 저 멀리-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맛. 지금은 서울에 존재하지 않는 샤또 벨리비에르의 에빠르 슈냉블랑이 너무너무 마시고 싶어지는 오후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슈냉블랑은 지금 WKD 페어링바에서 무려 네가지 스타일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앤디에게 문의하세요 😎 예약은 070-8777-0070/ 전화를 받지 않으면 운영시간이 아닙니다 💙

1. 과실향 좋은 자스니에

2. 진저 발사믹 계열의 미디옹

3. 짭짤한 아낄레

4. 깨끗하고 섬세한 밸레르

화창한 봄날, 많은 분들이 다이닝 매장 옆, 그로서리 매장을 방문해주셨어요. 그로서리 매장 손님들 중에는 와인에 어울리는 식료품을 페어링세트로 구성요청하는 분들이 정말 많은데요, 집에서 김치볶음밥이나 달래감자전에 페어링하는 것 말고는 페어링로직을 전하기 위한 연구시간이 터무니없이 부족하던 차에(두둥!!) 손님들과의 티키타카 페어링요청을 통한 결과물을 레터소재로 사용하는 것도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 상업적이어보일까? 조금 염려했지만, 애초에 우리의 뉴스레터는 '세일즈'하려고 만든 것이 아니라 어려운 와인을 산뜻하고 경쾌하게 풀어내기 위해 탄생한 채널이었으니 :) 진정성 의심마시고 아무런 부담없이 스낵컨텐츠로 읽어주세요. 영원히 이곳에 오지 못하는 물리적인 한계를 가진 분에게 우리의 뉴스레터는 오히려 더 유용합니다. 그래서 안델센 동화레시피같은 다음 구성을 소개할게요.

1️⃣ 그로서리에 입고되자마자 완판을 기록한 토마토바질 크래커를 접시에 담는다

2️⃣ 구운가지와 피망, 토마토를 크리미하고 산뜻하게 블렌딩한 불가리아 비건소스 루테닛사 뚜껑을 연다

3️⃣ 크래커 위에 소스를 슥- 부드럽게 펴바른다

4️⃣ 피노블랑, 피노그리 등 피노 들어간 청포도를 각 잡고 블렌딩한 '게쉭트 피노'에 페어링한다

✍️ 그 결과,

산뜻한 토마토와 바질허브가 씨앗에서 정원으로 증폭되며 더 맛있어지고 기분좋아지는 페어링으로 진전됩니다. 신 맛이 날카롭게 변하는 게 아니라 감칠맛으로 부드러워지는 페어링경험을 하실 수 있어요. KTX 타고 간신히 서울 오는 날, 아직 유효한지 우리 그로서리 스탭들에게 물어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