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 글을 쓰는 창업자는 한참 창창한 회사원이었는데요 😎 어느날 MBTI 전문가가 전사 MBTI 워크샵을 진행했고, 그날 저를 포함한 동료들 대부분은 태어나 처음으로 MBTI의 세계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결이 맞지 않는 동료나 선배, 상사에 대해 비로소 이해하게 된 날이기도 했죠 ☺️ 한 회사에는 T와 F, J와 P, N과 S가 뒤섞여일하는데, 그건 맞지 않거나 나쁘거나 틀린 문제가 아니었어요. 그날 이후 '저 사람은 왜 저러지?' 생각했던 수많은 대상들이, 그날 이후로 '아, 나랑은 생각체계가 완전히 다른 사람이구나'로 바뀌었습니다. 오늘의 기분을 행복으로 정한 빨강머리 앤의 MBTI와 나이팅게일의 MBTI가 다르다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거든요.
가만히 바라보니 우리가 접하는 포도들에도 MBTI 캐틱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간파😎하게 되었습니다. 나라와 지역, 품종을 가르치는 와인워크샵은 많은데, 형식을 조금 바꿔 포도이름을 좀 더 친숙하게 이해할 수는 없을까? 골똘히 들여다보다 5월부터 시작해 9월이 되어 빠르게 완성된 프로젝트가 바로 MBTI 워크숍이예요. 보르도 5대 품종의 리더쉽을 쟁취한 카베르네소비뇽은 엔티제, 전세계에서 천의 얼굴로 분명한 정체성을 드러내는 샤르도네는 엔프제, 전략적이고 치밀한 샴페인 인티제. 억지스럽지 않게 16개의 프랑스 포도들에 페르소나를 부여해보니, 놀랍게도 멜롯에도 리슬링에도 소비뇽블랑에도 MBTI가 존재했습니다.
MBTI를 부여한 진짜 이유는? 와인이름(몬테스알파, 빌라엠) 외우지말고 <나라-지역-품종> 3단계를 외운 뒤 스스로 와인쇼핑할 수 있는 근육을 여러분이 직접 만들기 바라는 마음에서 고안한 장치예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질문은 '와인 좀 추천해주세요'이고, 여러분이 와인샵에서 말했으면 하는 문장은 '프랑스 루아르 지역에서 소비뇽블랑으로 만든 화이트와인 3만원대로 추천해주세요'입니다. 그러려면 나라(프랑스), 지역(루아르), 품종(소비뇽블랑) 이 쓰리콤보를 외우고, 맛봐야하죠. 어렵죠? 그런데 만약 이 소비뇽블랑이 엔프피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여러분은 어쩌면 좀 더 쉽게 포도이름을 외울 수 있지 않을까요? :)
한시간에 열여섯개 프랑스 포도 캐릭터를 만나고, 열여섯명중 한명이라도 친해지고 싶은 포도를 만난다면 이 수업은 성공입니다. 단한번도 존재하지 않았던 형태의 수업이라 참 우습고 쉽고 가벼워보일 수 있겠지만, 저는 분명히 알 수 있어요. 이 수업이 와인을 사랑하고 즐거운 순간을 소중히 생각하는 누군가에게 큰 의미가 되어 도달할 것이라는 점을 말이지요. 불과 몇달만에 이 수업이 트레바리, 또는 대기업워크샵을 통해 검증되고 선택받고 문의가 쇄도하는 건 별로 대단한 일이 아닙니다 😉 딱 한 사람의 마음에 엔프피 소비뇽블랑이 가닿았다면, 이건 전국적 규모의 수업으로 확장될테니까요. 진행하는 저는 참 즐거웠어요. 앞으로 이 수업을 통해 만나게 될 모든 분들께, 이걸 시작했던 초기의 마음을 기록하고자 레터를 씁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오늘의 텍스트 또한 와인공부 범주에 속해 있습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