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두페어링
1년동안 재밌는 사실을 많이 발견했는데요, 그 중 하나가 ‘오이를 싫어하는 사람이 정말 많다’는 것, 또 하나는 ‘만두를 싫어하는 한국 사람은 거의 없다는 것’이었지요. 만두라. 최근 미국 홈쇼핑 채널에서 비비고 만두가 정상가도를 달리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했는데요, 덤플링이나 교자 대신 만두(mandoo 또는 mandu)로 자막이 나간다니 짜릿한 일 맞죠?
우리나라 만두는, 저는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데, 마트의 냉동만두가 그 쏘울soul한 영역을 90% 이상 차지하고 있다고 확신합니다. 봉지를 찢지마자 후라이팬에 투척해 찬물 약간 부은 뒤 뚜껑이 덮여 바짝 익혀먹는 게 가장 맛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고요. 튀겨지듯 바싹 구워진 표면에는 기름기가 매끌매끌합니다. 들기름도 올리브오일도 아닌 이 ‘식용유’ 기름이 뜨겁게 뒤덮인 만두의 표면은 건조해보이지만 사실 엄청나게 기름져요! 그게 와인과 맞출 때 가장 큰 장애물이 됩니다.
위키드 분식바의 런치와인은 이 기름기를 깨끗하게 씻어주는데 초첨을 맞췄습니다. 그 속에 든 게 김치든, 고기든, 나물이든, 겉을 감싸고 있는 맨질한 기름과 부딪혀 버리면 첫 맛부터 ‘우웩’이거든요. 누구든, 어떤 음식이든 첫 인상부터 호감을 줘야 하는법. 그래서 이곳의 만두페어링에 쓰이는 페코리노 청포도로 만든 이탈리아 화이트와인 ‘자카니니 페코리노’는 그 자체로는 무색무취미네랄틱하지만, 만두와 함께 먹는 순간 갑자기 투명한 디바로 변신합니다. 사실 나는 요정계에서 왔어, 이런 느낌으로요.
이번 추석, 기름진 것들을 잔뜩 드시겠지요? 파전도, 맛살꼬치도, 들기름에 무친 나물도요. 어쩌면 누군가 만두를 구울지도 모르고요. 그때 위키드의 만두화이트를 떠올려주세요. 방금 언급한 그 모든 것들에, 다 잘 어울린답니다. 위키드팀은 이게 마법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이것을 ‘생각에 의거한 페어링’이라고 정의하겠습니다. 모두가 행복하고 맛있을 예정이라면 참 다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