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 양념치킨, 쪽갈비, 스테이크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반짝 빛나는 친구들의 표정을 보는 일은 정말 즐겁습니다. 대화가 한창일 때, 삼겹살와인과 양념치킨와인이 있다고 슬쩍 던지면 위키드를 '고기의 신'처럼 바라봐주는 표정은 두 배 더 재밌고요. 작은 회사이지만 방향을 분명히 정하기 위해 다녀온 지난 11월의 임원진 워크샵은 왜 위키드가 '고기와인'이 가능하게 하는 회사인지를 우리 모두에게 알려준 멋진 식사였습니다. 우리는 윜키퍼 매니저가 수년간 단골로 다닌다는 흑돼지집에 갔지요. 문전성시를 이루는 그곳에서 우리는 야심차게 준비한 프랑스 레드와인을 꺼냈어요. 그르나슈, 쉬라 등등이 블렌딩된 후추와 딸기향이 퐁퐁나는 레드와인은 가벼울뻔했지만 두 배 높이 점프해 흑돼지의 고깃결과 부드러운 앙상블을 이뤘습니다. 비계가 많은 부위이니 어느 정도 먹다보면 물릴 수밖에 없는데, 결국 "100g 더", "다른 부위 더"를 외쳤다지요.
비계와 살코기가 블렌딩된 삼겹살, 오겹살 부위에는 가볍고 산미있는 레드와인이 좋습니다. 너무 무겁고 클래식한 보르도 또는 호주의 풀바디를 페어링하면 평소처럼 100g을 먹고 젓가락을 내려놓게 될 거예요. 하지만 이날의 흑돼지 와인은 기름진 혀를 깨끗하게 청소해주고 비계의 질감을 살코기처럼 바꿔준 덕분에 우리를 과식하게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데면데면하게 만났지만 어느 순간 알 수 없는 논리로 폭발해버리는 것, 저는 그것을 페어링이라고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