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편지를 보내는 사람은 2004년부터 와인을 마셨던 와인시조새입니다 :) 머리가 하얗게 센 할머니는 아니니 너무 놀라지 마셔요. 그만큼 와인을 마시고 좋아하다보니 이제는 비오는날의 와인, 맑은 가을날의 와인, 여름 장마비와인, 캠핑와인, 수영장와인, 서울숲와인, 크리스마스와인을 자유자재로 추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가을에 내보내는 텍스트의 공식은 언제나 피노누아였습니다. 오소소한 한기가 팔뚝에 전해지면, 로라피지가 부르는 플라이미투더문을 들으며 맑지만 화려한 피노누아를 들고 마시라고 배웠죠. 포도품종 이름이 샤넬이나 버버리, 에르메스나 셀린느, 유니클로나 아르켓처럼 예뻐보이기에 처음 편지를 보냈던 3년전의 첫 제목도 포도이름이었던듯합니다. 오늘은 야심차게 피노누아를 소개하려다 맑고 더워 다시 날파리들이 기승을 부리는 걸 보고 그 포도 소개는 포기했지만요 :)
프랑스 부르고뉴에서 나고자란 피노누아의 예민함은 아직 이른 계절입니다. 이탈리아 북부, 트러플 나는 피에몬테 주의 둘째아들같은 바르베라가 잘 어울리는 주간이라 바르베라를 언급합니다(큰아들은 네비올로로 할게요! 🤭) 중간정도로 부드럽고, 타닌도 적지 않으나 명랑함을 잃지 않으며, 라구파스타와 로제크림파스타 페어링을 넘나드는, 중성미 좋은 포도입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 위키드레터를 통해 여러분이, 단한번도 만나보지 않았던 바르베라를 상상하고 + 그 어느날 어느 자리에서인가 위키드가 보낸 편지의 일부를 기억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그렇습니다, 바르베라 마시기 좋은 날들입니다 :) |